더 재밌는 걸 들려줄게.



水 踰

http://solidground.kr






수유역 앞 편의점 파라솔에서
캔맥주 들이키며 꺼내는 이야기들.








CIDD.

by CIDD | 2008/08/13 22:40 | 놀고 있네 | 트랙백 | 덧글(4)

남의 일 같지 않은 내 이야기 24

대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CC도, 캠퍼스의 낭만도, 교내 호수 앞에서의 백주대낮 음주도 아니다.


바로 학점!


일단 닥치고 학점부터 챙겨야 하는 것이다. 이쁘장한 신입생 아가씨는 매년 들어오고, 술은 날씨 따뜻해지고 마셔도 늦지 않다. 근데 요단강 건너버린 학점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아, 젠장! 늦잠만 안잤어도!
그런 고난스러운 봄학기 2주차의 중간에 가장 재밌는 일이 생겼다. 월요일로 수강신청이 끝났는데 어느 수업의 총인원이 20명이다.


20명.


학교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우리 학교에서 평가의 방법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넘어가는 기준이 20명 미만이다. 20명이 안되어야지 절대평가가 가능해지고 정해진 학점비율에서 자유로워진다. 전부 다 A+를 받을 수 있다....는 정년퇴임을 반년 앞둔 교수님에게나 기대할 수 있는 거고, 적어도 나보다 어린 4학년 학우들 때문에 A0가 B+로 밀려 내려가진 않을 수 있다. 아흑;

막연한 기대보다도 더욱 강렬했던 것은 교수님의 말이었다. 이미 관련업계에 종사하고 있고, 박사과정인 듯 하지만 중고등학교 선생님이 흔히 가지는 꼬장꼬장한 예의보다는 다른 것을 원하기에 수업 시작하면서부터 계속 누군가가 이 수업을 포기하기를 권했다. 자신도 19명이라서 절대평가로 성적을 매기는 경우와, 20명인 경우는 상당히 다를테니까.
게다가 연계전공(제2전공이나 부전공만 되는 것들?) 수업인지라 해당전공이 아님에도 유난히 교양같은 기분으로 듣는(자선) 학생이 많았다. 수업 주제가 영화에 관한 것이기도 하니까. 게다가 고학년 수업이라 나처럼 파릇파릇한 2학년도 있지만 대부분은 4학년이다.

교수님의 회유 아닌 회유를 들으면서 나야 20학점에서 1학점만 모자라도 균형이 꺠져서(하루에 수업 하나 들으려고 다섯 시간을 차를 타야한다.) 포강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누군가 나가줬으면 하는 생각은 머릿속에 가득했다.


나만 그랬을까?


가만히 기다리기엔 리스크가 은근히 크다. 20명을 가지고 상대평가를 한다는 것은 수업이 어렵고 쉽고를 떠나서 상당히 고행이다. 30명 혹은 그 이상보다 A0 이상을 받을 수 있는 그룹의 비율이 가장 최저로 떨어지며, B 그룹도 순탄치 않다. 가장 최악의 상황에서 벌이는 이전투구인 것이다. 게다가 별로 유명한 수업도, 전공도 아니라서 그렇게 수고를 들여 수업을 들여야하는지, 기회비용을 생각해본다면 흠... 좀 무섭다.

하지만 약간의 리스크를 감내하고 좁은 문을 지나오면 누군가 한명은 그 문을 열지 않는다. 알 수 없는 1명을 기다려야지만 얻을 수 있는 보상이다. 자신이 아닌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결과를 받고 나면 그 뒤로는 순풍에 돛단듯 훈훈하게 순항할 수 있다. 교수님 성격도 느긋하겠다. 적어도 B 그룹엔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잘 섞힌 교수님의 권고를 들으면서 마치 온라인 게임같은 생각이 들었다. 서로 의식은 하고 있지 않겠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심리전이 벌어졌을 거라고. 한편에서는 섀도우 복싱을 하고 있고, 다른 편에서는 수건을 던질 준비를 할지도 모른다. 포강기간은 아마도 2주후쯤?

그 기간이 되면 내 이익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캔맥주를 마시며 A매치를 보는 축구 팬처럼 매일매일 흥미진진하게 기다려볼 것이다. 그리고 골이 터지면 훌리건처럼 기뻐하겠지. 이 건 좀 빅 게임.

by CIDD | 2008/03/13 06:03 | 트랙백 | 덧글(5)

남의 일 같지 않은 내 이야기 23

신촌에 있는 어느 커피숖은 흡연석이라 하여 유리로 가림막을 설치하여 동물 우리처럼 연기를 가둬두진 않았다. 재밌게도 화장실로 향하는 통로를 지나 흡연이 가능한 매장이 하나 더 있었다. 표지판에는 Smoker's Paradise라고 적혀 있었다. Smokers'였을 수도 있고 급하게 나오느라 아쉽게 사진을 못 찍었다. 재밌는 아이디어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비 흡연자에게도 흡연자에게도 Paradise일테니까.

친구에게서 어느 카드가 좋다는 이야길 들으면서 왜 난 제일은행 체크카드가 있는데 오케이 캐쉬백 적립을 안했을까. 아멕스 카드는 이쁜 거 빼면 좋은 게 없는 거냐 등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이 블루베이 나이츠를 보고 난 후였는데 어중간했던 영화시간 때문에 바로 밥을 먹긴 애매했던 터라 배고파질 때까지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다가 왠 아저씨가 말을 건다.


저기 죄송한데 담배 두 가치만 빌릴 수 있을까요? 차에 두고 와서요.


별 생각 없이 줬다. 영등포에서도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는 걸 잡고 달라고 한 적도 있고, 뒤를 돌아서 그 아저씨가 간 쪽을 보니 여성분하고 같이 계셨다. 아, 그래서 두 가치를 빌려 가신 거구나. 근데 다시 오신다.


죄송한데 라이터 좀...


이제는 덜 놀라고 자연스럽게 드리니까 그 자리에서 불을 붙이시네. 얼레? 이러면 불을 붙여드렸어야 하는 건데. 뭔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가져가서 쓰시고 돌려주시겠거니 생각했거니 했으니까. 게다가 내 왼쪽에서 오신 덕에 오른 손으로 담배를 꺼내서 왼족으로 드렸던 것도 괜시리 마음에 남았다.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꺼내서 뭔가 이상했어~ 라며 하던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저기... 혹시 시간 되면 이거 보러 가요.


영화 표를 내 보이셨다.
근처에 있는 아트레온에서 하는 추격자.였다. 얼마 전에 본 거였다.



우리가 얼른 가봐야되서 못 볼 것 같아요. 딱 보니 대학생들인 것 같아서요.


아, 안그래도 보려고 하던 거였는데... 그래도 담배 드린 것치곤 너무 과분한데요. 하하하.


그 아저씨는 괜찮다는 말을 하고는 바로 나가셨다. 이참에 한번 더 보지~ 하는 마음에 친구와 테이블에 있던 것들을 챙겼다. 상영시간이 8시 20분이네. 가만 있자 지금 몇시더라...


20분이네?


영화관이 아닌 곳에서 상영시간과 현재 시간이 맞는 적이 몇번이나 되려나. 예매도 안하거니와 하더라도 20~30분 정도는 극장 내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어렵지 않아서 괜히 급해졌다. 지나친 호의는 오히려 의심을 불러 일으키는 세상이라 고맙다는 말도, 생각도 못하고 있었지만 재밌는 일이었다. 담배 빌린 것 가지고 그렇게 큰 보답을 할 일은 없겠지만 일면식도 없는 그와 나의 시간이 그렇게 절묘하게 맞기도 쉽진 않은 일이니까.




근데 영화는 친구가 스릴러를 못봐서 10분만에 나왔음. 크하하-

by CIDD | 2008/03/10 05:43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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